어게인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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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5. 20.

    by. 어게인60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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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신학과 기후위기 시대의 교회– 창조의 보전과 신앙의 새로운 과제




      1. 새로운 위기 앞의 신학

      21세기는 인류 문명이 기후위기라는 전 지구적 위기 앞에 놓인 시기입니다. 해수면 상승, 이상기후, 생물종의 멸종 등은 단지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윤리와 삶의 태도를 묻는 거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 지점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생태신학’**입니다.

      생태신학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아온 기존의 산업사회적 세계관을 비판하며,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신학은 단지 교리의 학문이 아니라, 시대적 고통에 응답하는 예언적 목소리를 지녀야 한다는 점에서,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신학은 필연적으로 요청되는 신학적 전환입니다.


      2. 창세기의 재해석: 지배인가 돌봄인가

      전통적으로 창세기 1장 28절의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말씀은 인간 중심주의의 신학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어 왔습니다. 인간은 자연 위에 군림하며, 자원을 ‘이용’하는 존재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러나 생태신학자들은 이 본문을 히브리어 원문에 근거해 재해석합니다.

      ‘다스림’(radah)이라는 단어는 억압이 아닌 보호하고 책임지는 통치를 의미할 수 있으며, ‘정복’(kabash) 역시 무자비한 착취보다는 질서 있는 돌봄의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해석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경쟁이 아닌 공존의 관계로 회복시키는 작업입니다.


      3. 프란치스코 교황의 '찬미받으소서'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통해 전 세계 교회와 신자들에게 환경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응답을 촉구했습니다. 이 회칙은 단순한 친환경 메시지를 넘어서, 현대 문명의 소비주의, 기술주의,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며, 영적 각성을 요청합니다.

      그는 “지구는 우리의 공동의 집이며, 이제는 신음하고 있다”라고 선언하며, 가난한 자들과 생태계의 고통은 분리할 수 없다는 관점을 제시합니다. 이 문서는 가톨릭뿐 아니라 개신교, 정교회를 포함한 전 세계 종교계와 시민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생태신학의 흐름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습니다.


      4. 생태신학의 주요 사상가들

      생태신학의 발전에는 여러 신학자들이 기여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살리 맥페이그(Sallie McFague)**는 우주적 몸으로서의 하나님 개념을 제안하며, 하나님의 현존은 자연 안에 스며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녀는 전통적인 신-세계 구분을 넘어 신성과 피조물의 상호침투성을 강조하며, 신학의 생태적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또한 **리처드 바우콤(Richard Bauckham)**은 계시록의 생태적 메시지를 분석하며, 마지막 심판의 주제가 단지 인간의 구원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의 회복과 갱신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시도는 신학이 단지 인간 구원에 머무르지 않고, 생명의 전체적 회복이라는 비전을 품어야 함을 상기시킵니다.


      5. 교회와 생태적 회개

      기후위기 시대의 교회는 단지 환경 캠페인을 하는 조직이 되어서는 부족합니다. 교회는 회개하는 공동체로서 먼저 자신이 저지른 생태적 죄를 성찰해야 합니다. 화석연료 중심의 삶, 낭비적인 소비문화, 자연을 배제한 도시 계획 등이 모두 이 죄의 범주에 속합니다.

      이제 교회는 **생태 회개(Liturgical Ecology)**를 통해 예배, 설교, 교육 속에서 생태적 감수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교회 건축 자체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설계하고, 지역 생태 보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살리는 신앙의 모범을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6. 생명 중심의 예배와 설교

      전통적인 교회 예배는 인간의 구원과 내세 중심의 메시지에 치우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생태신학은 예배를 ‘생명 축제’로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창조절(Season of Creation), 생태 성찬 예식, 자연 묵상 설교 등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 자연 속에서 드리는 야외 예배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하나님을 찬양하는 형식으로 재조명되며, 신자들에게 창조세계에 대한 새로운 경외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예배 안에서 생명, 창조, 돌봄, 생태적 정의 등의 주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것은 단지 메시지를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예배의 형식과 상징, 공간과 음악까지도 생명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예컨대, 꽃과 나무로 꾸며진 제단, 태양광으로 운영되는 교회, 생태 순례와 같은 실천은 신앙과 생태 윤리를 예배 안에서 하나로 통합시키는 시도입니다.

      교회력 또한 단순히 구속사적 사건의 반복이 아니라, 생명의 순환과 회복을 조망하는 구조로 재해석될 수 있습니다. 사순절은 자연의 죽음과 부활을 함께 묵상하는 시간이 되고, 부활절은 단지 예수의 승리만이 아니라 생태적 희망과 회복의 선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예배와 설교의 전환은 오늘날 교회가 ‘살리는 신앙’을 회복하는 중요한 디딤돌이 됩니다.


      7. 청년 세대와 녹색 신앙

      오늘날 MZ세대는 기후위기 문제에 가장 민감하면서도, 교회를 가장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세대입니다. 이는 신앙과 생태 윤리가 단절되어 있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생태신학을 통해 청년 세대에게 의미 있는 신앙적 대화의 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창조세계의 보전을 위한 행동은 단지 사회운동이 아니라, 하나님 사랑의 실천이라는 점을 보여줄 때, 청년들은 다시 교회를 ‘살아 있는 공동체’로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청년 주도의 기후행동, 녹색교회 운동,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 등은 생태신학의 실제적 적용 사례이기도 하며, 신앙이 삶의 구체적 방식과 연결되는 통로가 됩니다.


      8. 신앙과 과학의 화해

      기후위기를 논의할 때 종종 과학과 신앙이 대립하는 방식으로 제시되지만, 생태신학은 오히려 신앙이 과학을 지지하고 해석할 수 있는 프레임을 제공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과학이 진단한 위기의 실상은 우리에게 성경의 창조 이야기와 구속사적 메시지를 다시 읽게 만들며, 신학은 그 의미와 방향을 제공합니다. 즉, 과학은 문제를 분석하고, 신앙은 인간의 책임과 희망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협력은 교회가 다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중요한 지점이기도 합니다.


      9. 정의 없는 생태는 없다

      생태 문제는 단순한 환경보호를 넘어 정의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전 세계의 가난한 이들입니다. 이는 곧 **기후 정의(climate justice)**의 문제이며, 교회는 이 고통에 대해 예언자적 응답을 해야 합니다.

      선교는 단지 복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받는 피조물과 인간을 함께 끌어안는 사명입니다. ‘이웃 사랑’은 이제 인간만이 아니라 ‘창조세계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10. 앞으로의 과제: 창조세계와 함께 구원받는 교회

      기후위기 시대의 교회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존립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생명 중심 신학, 생태적 예배, 실천적 윤리를 갖춘 공동체로의 전환이 절실합니다. 교회는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준비하는 공동체로서, 창조세계를 보전하며 구속사에 동참하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단지 인간만이 아니라, ‘피조물 전체’와 화해하시고자 하는 분입니다(로마서 8:19~22). 그 뜻을 따르는 교회는, 기후위기 시대에도 소망을 선포하는 공동체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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